지대방

황희정승의 유종의 미

윤법종 2017. 3. 11. 07:12



황희정승의 유종의 미와 박근혜전대통령

어쨌거나 노랫말처럼 무정한 세월은 갖가지 사연을 뒤로한 채 흘러간다. 오늘 박근혜대통령은 헌법재판소 8명의 전원찬성과 이정미헌법재판장의 22분 탄핵결정문낭독으로 파면되어 민간신분이 되었다.

4년 13일간 대통령직을 했다고 한다. 재임 4년 13일간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죽지 않았으면 죽을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가 그렇고, 그 가족이 그렇고, 개성공단이 그렇다. 신속하게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어야할 것이다.

단 걱정인 것은 떠날 때만은, 아무 탈 없이 떠났으면 했는데 두 명이나 또 죽었고 두 명은 중태라고 한다. 이것으로 액풀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시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떠날 때의 뒷모습,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중요할 듯 하기에 황희정승의 ‘유종의 미’를 적어 본다.  

황정승 집에 하인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충직하고 근면한 두 사람이 있었다. 정승은 이들의 그런 점을 고맙게 생각하고 종의 신분을 면하게 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두 하인을 불러 말했다.

「너희들이 그간 보여준 근면함을 가상히 생각한다. 해서 종의 신분으로 부터 방면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느니라.」

두 하인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을 못하고 얼떨떨해 하는 그들에게 정승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너희가 살아가는데 보탬이 되도록 다소간에 재물을 주려하니 그리 알아라. 그런데 나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 줄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다름 아니라 새끼줄을 좀 꼬아줘야겠다. 양(量)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 자! 그러면 내일 새벽에 보자꾸나.」

정말 도깨비에게 흘려도 이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종의 신분을 면하게 해주는 것만도 황송한 일인데 재물까지 준다니 두 사람은 형용하기 어려운 흥분에 휩싸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 흥분이 가라앉자 방금 전 황정승의 말씀이 생각났다.

한 사람은 얼마나 고마우신 어른이신가. 하해 같은 은혜를 생각해서라 열심히 꼬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밤이 으슥하도록 정성을 다해 새끼줄을 꼬았다.

한편, 다른 사람은 ‘고맙기는 고마운데, 따지고 보면 그간 내가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한 때문이 아닌가? 그건 그렇고 방면해주는 마당에 끝까지 부려먹을 건 또 뭐람.’하고 새끼줄을 꼬는 둥 마는 둥 잠이 들었다.

 

한 생각의 차이가 가져온 무서운 결과

새벽이 되자 두 사람은 간밤에 꼬아놓은 새끼타래를 들고 설레는 가슴을 억누르며 정승의 처소로 갔다. 황정승은 온화한 미소를 띠며 두 사람의 인사를 받고 그간의 노고를 다시 한 번 치하한 후, 한 쪽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엽전이 든 궤짝이 놓여 있었다.

「너희들이 꼬아온 새끼줄에 저기 궤짝에 있는 엽전을 꼽을 수 있을 만큼 꼽아 가도록 해라.」

순간 두 사람의 희비는 엇갈렸다. 유종의 미가 어떤 것인지 너무도 잘 보여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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