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

망어십죄

윤법종 2012. 9. 15. 17:33

망어십죄(妄語十罪)

-대지도론-

 

 

속담(俗談)에 “길은 갈 탓, 말은 할 탓”이라고 했다. 같은 말이라도 하기에 따라서 상대방에게 주는 영향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래서 “입 찬 소리는 무덤 앞에 가서 하라”고 한 모양이다.

 

부처님은 보살이 실천해야 할 네 가지 덕목(德目)을 말씀하셨다. 중생을 섭수(攝受)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남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일(布施), 부드럽고 온화한 말(愛語), 남을 이롭게 하는 일(利行), 서로 협력하고 고락을 같이하는 일(同事)을 사섭법(四攝法)이라고 한다. 쉬울 듯 하면서도 어려운 것이 말(愛語)이 아닐까 한다.

 

나아가 오계(五戒)나 십계(十戒)에는 망어계(妄語戒)가 있다. 온화한 말보다는 속이거나 비방하는 말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분율(四分律)』에서는 망어를 대중 앞에서 참회해야 할 죄(波逸提)로 규정하고, 또 깨닫지 못했으면서도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 경우는 아예 교단에서 축출하는 큰(波羅夷)라고 했다.

 

이처럼 바일제(波逸提)를 소망어(小妄語), 바라이(波羅夷) 대망어(大妄語)라고 하여 출가자의 망어를 경계하고 있다.  

 

그렇다면 망어(妄語)란 어떤 것인가? “부정한 마음으로 남을 속이고,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사실이 아닌 말을 하여 구업(口業)을 짓는 것”이 망어이다.

 

아는 것을 모른다 하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며, 들은 것을 듣지 못했다 하고, 듣지 못한 것을 들었다하는 것이 망어라고 용수(龍樹)는 그의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밝히고 있다.

 

공자(孔子)가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知之爲之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논어』「위정J)"이라고 한 것도 그 궤를 같이 한다.

 

주자(洙子)의 『논어집주(論語集註)』에는 “이와 같이 하면 비록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 속여 가리움이 없을 것이요, 또한 그 앎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알기를 구하면 또 알 수 있는 이치가 있음에랴(知此則雖惑不能盡知, 而無自斯之蔽,  亦不害其爲知矣 況由此而求之, 又有可知之理乎)"라고 하여 그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하고 있다.

 

망어가 죄가 되는 이유는 뭘까? 망어를 한 사람은 먼저 자신을 속인 뒤에 남까지 속인다. 그렇게 되면 사실과 거짓이 뒤바뀌어 착한 법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엎어진 병에 물을 담을 수 없듯이 말이다. 그런 사람은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어 천하의 공도(公道)와 열반의 문을 막아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망어죄는 짓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망어가 아닌 진실한 말을 하는 사람은 그 마음이 단정하고 곧다. 그 마음이 단정하고 곧으므로 쉽게 괴로움을 면할 수 있다. 빽빽한 숲에서 나무를 끌면 곧은 나무는 나무 숲에 거치적거리지 않고 나무 사이를 잘 끌어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망어를 하는가? 한마디로 어리석고 지혜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부처님의 아들인 라후라(羅睺羅)가 아직 나이가 어려 말을 조심할 줄을 몰았던 때의 일이다.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세존께서 계시느냐?’고 물었다. 라후라는 부처님께서 계시는 데도 거짓말로 “안계십니다”하고, 안 계 실 때 누가 물으면 거짓말로 “계십니다”고 하여 찾아온 사람들을 당황케 하였다.

 

어떤 사람이 이런 사실을 부처님에게 말씀드렸다. 이에 부처님은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대야에 물을 떠다가 내 발을 씻겨다오"

 

발을 씻겨드리자 부처님은 다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이 대야를 엎어 놓아라"

 

이번에는 부처님의 분부대로 대야를 엎어 놓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엎어놓은 대야에 물을 부어보아라"

 

라후라가 부처님의 분부대로 엎어놓은 대야에 물을 부으니,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그 대야 안에 물이 담겨지더냐." “아니요, 물이 담겨지지 않습니다." 라후라가 대답하자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망어를 하고서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사람은 그 망어가 마음을 가리기 때문에 도법(道法)이 (마음속으로) 들어 갈 수 없다. 마치 엎어놓은 대야 속으로 물이 들어 갈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라."

 

이에 부처님은 거짓말[妄語)로 인하여 생기는 열 가지 허물[妄語十罪]을 말씀하셨다.

그 10가지 죄는 이렇다.

첫째, 입에서 냄새가 난다(口氣昊).

둘째, 선신(善神)이 멀리하고, 그릇된 사람(非人)이 기회를 얻는다(善神遠之 非寅得便).

셋째, 아무리 참말을 해도 남이 믿지 않는다(雖有實語 人不信受).

넷째, 지혜로운 사람들의 토론에 항상 참예하지 못한다(智人語議 常不參豫)

다섯째, 항상 비방(誹謗)을 받아 추악한 소문이 천하에 가득 퍼진다(常被誹謗 醜惡之聲 周聞天下).

여섯째, 세상 사람들의 존경(尊敬)을 받지 못해 설사 분부를 내려도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는다(人所不敬 雖有敎勅 人不承用).

일곱째, 항상 근심이 많다(常多憂愁).

여덟째, 비방하는 업연(業緣)을 짓는다(種誹謗業因緣)

아흡째, 죽은 뒤에 지옥에 떨어진다(身壞命終當墮地獄).

열째, 다행히 지옥고(地獄苦)를 벗어나서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항상 남의 비방을 받는다(若出爲人 常被誹謗). - <『대지도론』 저113권> -

이러한 여러 가지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을 망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구업(口業)의 착한 율법인 것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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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업을 지으면 즉 거짓말한 죄는 입에서 냄새나거나, 기회를 얻지 못해 안달하거나, 상상나 동료에게 신임을 받지 못해 승진에서 뒤처지거나, 학교나 직장에서 왕따 당하거나, 괄세와 천대 무시를 받는 사람이거나. 항상 근심이 많은 사람 또는 항상 남의 허물을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전생에서나 금생에서 알든 모르든 구업으로 지은 죄로 그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법당에는 왜 나오라고 하는가. 왜 기도하라고 하는가. 왜 참회하라고 하는가. 그 이유를 모르겠는가. 잠깐 실수로 거짓말좀 했다고 이런 어머어마한 벌을 받는데 하물며 살생하고 도적질하는 죄는 어떠하겠는가.

 

자신에게 닥치는 모든 고통과 아픔은 자신이 지은 업의 현현실현일 뿐인 것이다. 누구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이러한 가르침은 다 횃불과 같은 것으로 잘못을 빌고 참회를 해서 다시는 이러한 고통을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불러 일으켜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불자(佛子)가 아닌가. 부처님의 자식이 아니더냐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이 매번 잘못할 때마다 혼내던가. 한번 두번 세번 용서하시다가 그래도 잘못을 잘못으로 알지 못할 때 따끔하게 회초리 정도가 아니던가. 그래도 잘못을 모를 때는 부모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할 것이 아닌가.

 

불자들이여.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무장하라. 그대의 앞날은 부처님과 함께 하리라.

 

“종교는 사랑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이고, 신앙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의지를 갖게 해주는 것”이라는 기독교 어느 원로 인사의 말에 조금은 낯 뜨거움이 가시는 듯하다. 그야말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 망어십죄(妄語十罪)가 더욱 거룩해 보인다. (卍)

최성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