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방

가을의 국화주 담그는 법

윤법종 2012. 9. 18. 18:01

 

가을에 담그는 국화주

어느덧 뜨거운 여름은 지나가고 가을로 들어선 이때, 높은 하늘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가을소식을 싣고 불어온다. 노란 황금물결이 일렁이는 들판에는 빨간 꼬리를 가진 고추잠자리가 빠른 날개 짓을 하며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닌다. 이러한 가을 정취를 더해 주는 것이 국화다. 국화는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면서 국화주의 원료로 사용된다. 때문에 국화주는 가을에 담그는 술로 국화와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술로 꼽힌다

국화에 대한 전설

국화는 국화과의 여러 해 살이 풀로 중국에는 국화에 얽힌 장수(長壽)이야기가 무척 많다. 한 예로 옛 중국에서 국화로 담근 연명주를 마시고 800살까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국화의 꽃과 잎을 따서 그늘에 말린 것을 술에 타서 백일동안 마시면 몸이 가볍고, 1년을 마시면 흰머리가 검은 머리가 되고, 2년을 마시면 빠진 이가 나오고, 5년을 마시면 80살 노인이 10대 소년처럼 젊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또한 음력 9월 9일은 음양 오행학적으로 양의 극인 9가 겹치는 날이라서 중양절(重陽節) 또는 중구절(重九節)이라 하며, 이날이 되면 국화구경은 물론 국화주를 마시며 하루를 즐겼다. 원래 국화주는 감국꽃과 생지황, 구기자나무의 뿌리와 껍질을 넣고 찹쌀로 빚어 중양절에 마시면 장수 무병하다는 민간신앙도 있다.

이 밖에도 중국의 요순시대부터 주나라 초기까지 장수했다는 팽조는 매일 아침 국화이슬을 먹어 무병장수할 수 있었으며, 호광이란 사람은 국화가 많이 피어 있는 샘물을 마시고 병을 치료하고 장수하게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화를 영초(靈草)로 여기던 신라인들은 국화전과 국화주를 먹고 마셨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국화주는 노화를 방지하고 오래 살게 하는 대표적인 약술로 꼽히고 있다.

국화의 효능과 국화주 담그는 방법

국화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식물로서, 한방에서 국화는 풍증과 두통, 종기를 다스리는 효험이 있다고 보며 크리산테민, 용뇌양방향정유(龍腦樣芳香精油), 시네린 등이 함유되어 있어 예로부터 불로장수의 약용주로 애용되었으며 두통, 복통, 진정, 해열, 식욕증진, 건위(健胃), 정장(整腸), 피로회복, 녹내장 등에 효과가 있다.

‘명의별록’에서 국화는 허리의 통증과 가슴속의 번열(신열이 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과 구역질 등을 느끼는 증상)을 덜어주며 위와 장을 안정시킨다고 하였다. 국화주(술)를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국화주를 ‘두통을 없애고 이목(耳目)을 밝게 하며, 위비(謄痺)를 제거하여 백병(百病)을 없앤다.’고 기록되어 있다.

 

국화주를 담그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국화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식용이나 약용에는 주로 감국(甘菊)을 사용하며, 감국은 줄기가 붉고 향긋하면서 단맛이 난다. 식용국화인 감국(甘菊)의 꽃과 잎을 모두 사용한다.

재료 :

국화꽃 생것 100그램, 말린 것은 80그램에 30도 넘는 소주 1.8리터

담그는 법 :

1. 싱싱한 국화꽃송이를 꺾어 물에 살짝 헹구어 물기를 뺀다.

2. 용기에 넣고 30도 넘는 소주를 꽃봉오리의 세배 정도 부어 밀봉한다.

3. 서늘한 곳에서 3개월 정도 저장하면 술이 거의 다 익는다.

4. 찌꺼기는 체에 받쳐 걸러 내고 잘 우러난 술만 보관한다.

음용법 :

약주로 마실 때에는 1회 30cc(소주1잔 40cc의 4/3정도), 1일 1회, 취침 전에 마시며, 이때 벌꿀을 타서 마시면 더욱 좋다.

효능 :

두통, 복통, 냉병, 해열, 식욕증진, 건위, 간염, 피로회복, 녹내장, 동맥경화, 변비, 보신, 부인병, 소화불량, 신경통, 편두통, 고혈압 등에 두루두루 효험이 있다.

 

조선시대 국화주를 담그는 방법 :

이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 그 중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요록(要錄)>에는 국화와 생지황과 구기자 뿌리를 3킬로그램씩 함께 찧어서 1섬의 물에 넣고, 5말이 될 때까지 끓여서 즙을 만든 다음, 찹쌀 5말로 밥을 지어 누룩가루와 위의 즙을 함께 섞어서 항아리에 담고 뚜껑을 잘 봉하여 두었다가 익은 뒤에 사용한다고 하였다. 

<규곤요람>에서는 쌀 1말을 빚는 데, 말린 국화 80그램을 모시주머니에 넣어 약주 위에 한 치쯤 되게 매달고 항아리 부리를 단단히 싸맨 다음, 이틀이 지난 뒤에 꺼내면 술이 향기롭고 맛도 좋다고 하였다.

국화의 또 다른 변신

국화는 국화주뿐만 아니라 국화차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국화차는 가을뿐만 아니라 사계절 어느 때나 즐길 수 있으며, 술을 못하는 사람도 국화의 맛과 향기를 즐길 수 있다. 또한 뜨거운 물에 국화꽃잎을 띄워 우러나는 노란 빛깔은 가을의 정취를 물씬 전해준다.

 

국화차 만들기 ;

재료 ;

10회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식용국화 5송이와 소량의 소금을 준비한다. 재료가 준비됐으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만들기 ;

① 크고 시들지 않은 국화꽃을 골라 꽃잎만 따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뺀다.

②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인 후 소금을 조금 섞고 국화꽃잎을 넣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다.

③ 국화꽃잎이 살짝 데쳐지면 물기를 뺀 뒤 겹치지 않게 펼쳐 그늘에서 말린다.

④ 말린 국화꽃잎을 그릇이나 유리병에 담아 뚜껑을 닫고 시원한 곳에 보관한다.

음용법 ;

국화차를 마실 때는 말린 국화꽃과 꿀을 섞어 3∼4주일 밀봉해두었다가 끓는 물에 타서 마신다. 분량은 물 한 잔에 꽃잎 2∼3스푼이 적당하며, 마실 때는 꽃잎을 걸러내고 마신다. 이렇게 마시는 국화차는 국화주와 함께 예로부터 불로장수한다고 전해온다. 또한 눈을 밝게 하고 신경통, 두통, 기침에 효과가 있다.

다양한 국화 사용 방법

국화꽃은 술로 담가 먹는 방법 외에도 다양하게 사용됐다. 감국의 봄 새싹은 나물로 데쳐 먹고, 여름의 무성한 잎은 솎아서 떡에 넣어 먹거나 생즙을 내어 마시기도 하며, 가을에 만개한 꽃잎을 따서 차와 떡으로 먹었다. 어지럼증이나 눈이 어두운 데는 흰국화의 말린 잎을 베갯속이나 이불속에 넣어 사용했다. 또한 줄기와 뿌리는 말려서 약으로 쓰인다.